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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URISM

유럽의 다양한 배 품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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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흔히 달콤하고 시원한 과일로 여름과 가을의 풍성함을 대표한다. 한국인에게 배는 커다란 원형에 바삭한 식감,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맑고 시원한 단맛으로 익숙하다. 그러나 유럽의 배는 그 모습부터 다르다. 대개 조롱박을 닮은 형태에 껍질은 더 노랗고, 과육은 푸석하면서도 부드럽다.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술로 변신하기도 한다.

유럽의 배는 단지 ‘과일’이 아니다. 그것은 수세기를 지나오며 땅과 기후, 인간의 손끝에 의해 완성된 고유 품종이자, 각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된 살아 있는 문화 자산이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유럽에서 널리 사랑받는 대표 배 품종 네 가지를 통해, 유럽의 배 문화와 그 미묘한 차이를 들여다본다.

 

 

 

 


유럽의 대표적인 배 품종

포르투갈의 보석, 페이라 호샤 (Pêra Rocha do Oeste)


이름에서부터 지역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페이라 호샤'는 포르투갈 서부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배다. 1836년, 농부 페드루 안토니우 호샤(Pedro António Rocha)의 밭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품종은, 이후 이웃과 친구들에게 접목묘를 나누며 지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껍질은 얇고, 과육은 단단하면서도 향긋하다. 이 배는 오늘날에도 원산지 보호 명칭(DOP)을 인정받아, 포르투갈의 자부심처럼 여겨진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얇게 썰어 샐러드에 넣거나 치즈와 함께 곁들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윌리엄스 배 (Williams Pear)


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배 품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윌리엄스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배는 북미에서는 '바틀렛(Bartlett)'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녹색에서 황금빛 노란색으로 익어가는 껍질, 육즙이 풍부하고 크리미한 과육, 입 안 가득 퍼지는 시큼한 단맛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익은 윌리엄스 배는 마치 버터를 문 과일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주스로 짜거나 잼으로 만들기에도 좋고, 그냥 베어 물어도 황홀하다.

 

 

 


익혀야 빛나는, 앙주 배 (Anjou Pear)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19세기 중반 처음 등장한 앙주 배는 달걀을 닮은 형태와 고운 색깔이 인상적인 품종이다. 원래 이름은 'Nec Plus Meuris'였으나, 영미권으로 전파되며 잘못된 지명이 그대로 이름이 되어버렸다. 과육이 치밀하고 부드러워 고온 조리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주로 베이킹이나 구이에 활용된다. 파이나 타르트의 재료로 사용되며, 때로는 붉은 와인에 조려 디저트로 탄생하기도 한다. 앙주 배는 '요리하는 배'의 대표주자다.

 

 


오스트리아의 야생 배, 푈라우어 히르쉬비르네 (Pöllauer Hirschbirne)


이름조차 생소한 이 품종은 오스트리아 푈라우(Pöllau) 계곡에서 수세기 동안 재배되어온 지역 품종이다. 배나무가 첫 수확까지 자라려면 약 10년이 걸리며, 그만큼 깊은 인내와 장인정신이 필요한 품종이다.
이 배는 생으로도 먹지만, 주로 건조시켜 말린 배로 저장하거나, 발효와 증류 과정을 거쳐 배 와인이나 배 브랜디로 탈바꿈한다. 깊은 풍미와 알코올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Hirschbirnenschnaps'는 오스트리아의 미식 문화 속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담은 액체 문화유산인 셈이다.

 

 

 


유럽에서 배를 즐기는 방법

배를 사용한 프랑스의 증류주 Eau de vie de poire

 


유럽에서는 각 품종의 배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한다. Pêra Rocha do Oeste는 생으로 신선하게 먹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Williams Pear는 그 향긋한 맛 때문에 주스나 잼으로 만들거나, 그냥 간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Anjou Pear은 베이킹, 구이 요리에 주로 사용하며, 'Pöllauer Hirschbirne'은 생으로 먹거나 말린 배로 즐기거나, 와인으로 발효시키거나, 브랜디로 증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배의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 배가 더 맛있는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한국의 배는 그 특유의 단맛과 촉촉한 식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반면에 서양의 배는 그 특유의 향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어느 배가 더 맛있는지는 각자 취향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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