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와인 소비 세계 1위 국가 바티칸, 첫 자체 빈티지 출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바티칸이 2026년, 첫 자체 빈티지를 선보인다. 대체로 연령대가 높은 남성들이 거주하며 미사주(聖餐酒) 문화가 깊이 자리 잡은 바티칸은 기록적인 1인당 와인 소비율을 자랑하는데, 이번 와인 출시를 통해 그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할 전망이다.
바티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소비하는 국가라는 사실은 다소 의외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통계의 배경을 살펴보면 납득이 간다. 바티칸은 면적 44헥타르, 인구 800명의 초소형 국가로, 거주민들은 모두 성인이며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몰려든다. 여기에 술에 대한 세금이 극히 낮은 점까지 감안하면, 이 조사 결과가 결코 놀랍지 않다.
일각에서는 바티칸의 높은 와인 소비량이 미사주 때문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사주는 성직자들이 직접 선택하며, 대형 유통망이나 와인 상점에서는 유통되지 않는다. 물론 교황이 해외 순방 중 특정 와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100% 바티칸산 와인 출시 소식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교황청이 직접 만든 와인, 벌써부터 ‘컬트 와인’
현재도 '바티칸 큐베(Cuvée du Vatican)'라는 와인이 프랑스 샤토뇌프-뒤-파프(Châteauneuf-du-Pape)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될 와인은 론(Rhône) 지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바티칸산 와인은 로마 근교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에 위치한 교황 여름 별장의 포도원에서 생산된다. 이곳은 교황청 정원과 맞닿아 있으며, 단 2헥타르 규모의 작은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양조할 예정이다.
놀랍게도, 고대부터 백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했던 이 지역에서 선택한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sauvignon) 중심의 레드 와인이다. 오크통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숙성된 이 와인은 2026년 병입을 거쳐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와인을 프랑스나 온라인에서 구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상 생산량이 극히 적어 오직 바티칸 시국 내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가격 역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신자들과 와인 애호가들은 앞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만 이 특별한 와인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 이 와인은 단순한 주류를 넘어 ‘컬트 와인’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