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르고뉴(버건디) 와인은 이렇게 비쌀까?
거의 모든 곳에서 그렇지만, 특히 부르고뉴 와인은 지난 20여년 동안 놀라울 정도의 인플레이션에 휘말려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수요, 희소한 빈티지, 변덕스러운 날씨…
희소한 것은 비싸다. 저렴한 부르고뉴 와인은 희소하다. 따라서 저렴한 부르고뉴 와인은 비싸다.
이 오래된 농담 뒤에는 안타깝게도 진실의 한 조각이 숨어 있다. 오늘날 프랑스 현지인들이 모두가 불평하듯, 부르고뉴에서는 일반 와인조차도 50유로, 80유로, 심지어 몇백 유로에 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조금만 '정통적'이라고 평가 받기만 해도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훌쩍 수 천 유로로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멘 도베네이(Domaine d’Auvenay)의 알리고테(Aligoté) 와인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빌라주(Villages)' 와인조차도 대부분 35유로 이상이며, 잘 알려지지 않은 AOC(원산지 명칭)에서도 상황은 똑같다. 더 유명한 AOC(원산지 명칭)에서는 80유로를 초과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가격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훌륭한 최상위 등급 '프리미에 크뤼(Premiers Crus)'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20년도 되지 않아 부르고뉴 와인 가격은 두 배 이상, 심지어 유명한 테루아(terroir)나 와이너리의 경우 훨씬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고급 와인 가격 상승의 전반적 현상
이러한 현상은 부르고뉴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프랑스 다른 지역의 여러 AOC(원산지 명칭)의 급격한 가격 상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약간의 차이를 두고 프랑스 전역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는데, 모두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보르도(Bordeaux)다. 보르도에서 이런 와인 가격 현상은 1995년에 시작되었고, '매직 넘버'라 불리는 2000년 빈티지로 인해 가속화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속도가 크게 줄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실제로는 약 50개의 와이너리에만 영향을 미치며, 다른 대부분의 매력적인 보르도 와인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만 적용되었다.
그 밖에 프랑스의 다른 지역들 중에서는 '론 계곡(Vallée du Rhône)'의 '샤토뇌프뒤파프(Châteauneuf-du-Pape) AOC'가 대표적인 사례이고, 부르고뉴와 일부 포도 품종을 공유하는 '쥐라(Jura) AOC' 역시 네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에서 벗어난 프랑스의 와인 생산 지역은 거의 없다. 다만, 남서부의 여러 소규모 AOC(원산지 명칭), 샤토뇌프뒤파프를 제외한 남부 론(Rhône sud), 루아르 계곡(Val de Loire), 랑그독(Languedoc), 그리고 프로방스(Provence)의 반돌(Bandol) 같은 일부 지역 정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의 세계화
이런 와인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분명히 수요의 세계화와 새로운 소비국의 등장(특히 아시아)이다. 품질 높은 와인의 생산량이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증가하는 수요는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와인 품질의 전반적 향상과 뛰어난 와이너리 증가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포도밭에서 진행된 품질에 대한 높은 요구와 노력에서 비롯된다. 한 병의 생산 비용이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던 AOC(원산지 명칭)에서 품질 향상이 가격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 품질 향상은 예를 들어, 더 많은 수작업을 필요로 하거나 많은 와이너리들이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두가지 가격 상승 원인은 특히 부르고뉴에서 두드러진다. 부르고뉴 포도밭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와이너리가 여러 AOC(원산지 명칭)의 포도밭을 보유한 경우, 북부 '코트 드 뉘(Côte de Nuits)'에서 남부 '코트 드 본(Côte de Beaune)'까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건은 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최종 가격에서 생산 비용은 비교적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60유로, 100유로를 훌쩍 넘는 병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최고급 와이너리의 인지도 상승
와인 애호가들의 새로운 발견에 대한 갈증은 이전까지 덜 알려지고 수요가 적었던 지역으로까지 확장되어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최근 몇 년간, 와인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와인이나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했던 AOC(원산지 명칭)은 다른 지역의 와인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수의 열성적인 애호가들에게만 알려졌던 일부 와이너리나 원산지 명칭이,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놀랍고 빠른 인지도를 얻게 되면서, 일반적으로 생산량이 적은 이 와인들에 대한 수요(그리고 가격)가 크게 상승했다.
기후 변동으로 인한 와인 가격 상승
특정 지역을 막론하고 고급 와인 가격 상승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을 언급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부르고뉴를 포함한 여러 지역이 늦은 서리와 우박, 심한 곰팡이병(mildiou) 등의 영향을 받았다. 기후 변화는 포도밭 전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거나, 심지어 소멸의 위협까지 초래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봄과 여름의 비로 인해 곰팡이병이 증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 결과는 항상 같다. 일부 구획에서는 생산량이 거의 100%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드물지만, 많은 와이너리가 2~3년 동안 전체 수확량에 해당하는 손실을 경험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이전 빈티지의 재고를 보유한 소수의 와이너리만이 재고를 판매해 손실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부르고뉴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며, 최근 몇 년간 심각한 타격을 입은 '루아르 계곡(Loire)'이나 '쥐라(Jura)'도 포함된다. 그러나 부르고뉴에서는 대체로 와이너리 규모가 작아 이러한 완충 역할을 할 재고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결과적으로, 생산량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와이너리들이 병당 가격을 상당히 인상하는 것이 가장 흔한 대처 방식이다. 와인 애호가의 입장에서, 만약 지역이 두세 번의 '정상적인' 빈티지를 맞이했을 때 병당 가격이 조금이라도 내려간다면 이러한 대응은 납득할 만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주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기후 변화가 앞으로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르고뉴 와이너리들이 앞으로도 기후를 핑계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부르고뉴만의 고유한 가격 상승 요인
이와 같은 요인은 대부분의 와인 생산 지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만, 부르고뉴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뚜렷한 가격 상승 요인들을 갖고 있다. 바로 '높은 토지 가격'과 '좁은 원산지 명칭 및 빈티지 크기로 인한 희소성'이다.
극도의 희소성
부르고뉴 와인은 포도밭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고 수많은 원산지 명칭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 지역에는 그랑 크뤼(grands crus), 프르미에 크뤼(premiers crus), 마을 원산지 명칭(appellations villages), 지역 명칭(appellations régionales)을 포함해 80개 이상의 AOC(원산지 통제 명칭)가 있다. 일부 크뤼(cru)는 몇 아르(are, 100㎡)에 불과하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로마네(Romanée)'로,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원산지 명칭이며, 겨우 8500㎡ 에 불과하다. 이 극도의 희소성은 비싼 값을 치르게 하여, 수 백 만원에 판매된다.
따라서 부르고뉴에서는 희소성이 와이너리 출고 시점부터 존재한다. 반면, 예를 들어 보르도(Bordeaux)에서는 그랑 크뤼가 수백 헥타르에 걸쳐 있는 경우도 있다. 이 희소성은 전반적으로 높은 품질의 와인에 대한 높은 수요와 결합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가격이 자동적으로 상승한다.
토지 가격의 급등
포도밭의 가격은 여러 지역에서 상승했지만, 부르고뉴에서는 특히 두드러진다. 상징적으로, 2014년과 2017년에 판매된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두 와이너리인 '끌로 데 랑브레(Clos des Lambrays)'와 '끌로 드 타르(Clos de Tart)'의 사례가 이러한 토지 가격 상승을 잘 보여준다.
와이너리 'Domaine des Lambrays'의 10.71헥타르는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그룹이 1억 유로 이상을 들여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 후, '끌로 드 타르(7.53헥타르)'는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가 약 2억 8천만 유로에 매입했다. 더 최근에는 약 200년 동안 '르 보 드 라 모리니에르(Le Bault de la Morinière)' 가족이 소유했던 '보노 뒤 마르트레 와이너리(Bonneau du Martray)'가 판매되었다. 이 와이너리는 잉글랜드 축구 클럽 아스널(Arsenal)의 주요 주주이자 캘리포니아 포도밭 소유주인 미국의 억만장자 '스탠리 크로엔케(Stanley Kroenke)'에게 약 2억 유로로 추정되는 금액에 매각되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은 부르고뉴의 다른 그랑 크뤼(Grand Cru) 토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특히 주목할 점은, 이전부터 이러한 현상이 과거부터 존재했던 보르도와 달리, 부르고뉴에서는 이제 와이너리가 가족이 아닌 금융 그룹에 의해 매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매의 목적을 변화시킨다. 이들은 자산 투자로, 부동산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 재배를 통한 경제적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부르고뉴에서 생활하는 포도 재배 농가들에게 중장기적으로 반복될 악순환의 재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와인 한 병당 300유로에 판매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의 이러한 투자 비용 회수하려면 여러 세대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프랑스에서 매우 높은 상속세로 인해, 포도 재배 가족들은 언젠가 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병 가격을 토지 인플레이션에 맞춰 크게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 사망 시 자녀들은 가족 와이너리를 매각하거나 적어도 상당 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이러한 포도밭 토지 가격 상승은 병당 가격 상승이 부르고뉴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미래의 부르고뉴 와인 가격 전망
안타깝게도, 구조적이든, 시장의 세계화나 부르고뉴만의 특수성이든 간에, 부르고뉴의 고급 피노 누아(Pinot Noir)와 샤르도네(Chardonnay)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앞으로도 다양한 속도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많은 열정적인 애호가들이 이제 부르고뉴의 유명 와인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점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덜 알려진 AOC(원산지 명칭), 특히 '코트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와 '마코네(Mâconnais)'에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부르고뉴 포도밭은 상대적으로 훨씬 작기 때문에 이러한 '대안'들이 보르도만큼 광범위하지는 않다. 보르도에서는 가격 인플레이션이 소수의 와이너리에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대안은 여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