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는 단순한 곁들임이 아니다. 프랑스 식탁 위에서 샐러드는 계절과 토양, 기후와 전통이 한데 어우러지는 작은 풍경이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상추류'는 단지 하나의 채소가 아니라, 수십 가지 잎채소들의 다양성과 향, 쓴맛과 단맛, 질감의 조화로 이루어진 미각의 예술이다. 치커리의 쌉쌀한 끝맛, 루콜라의 톡 쏘는 매운 향, 앙디브의 단단한 조직과 특유의 쓴맛, 그리고 바타비아 상추의 아삭한 식감까지—프랑스의 시장에서 흔히 마주치는 이 채소들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각기 다른 계절과 지방의 풍토를 품은 존재들이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 일상에서 샐러드에 자주 등장하는 상추류 채소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그 미묘한 맛의 차이와 쓰임새, 그리고 어떤 재료와 어우러질 때 가장 빛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땅에서 잎으로, 그리고 접시 위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여정. 프랑스 사람들의 샐러드 사랑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이 잎채소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야 한다.
치커리(La frisée)
이 재배 상추는 치커리(chicorée), 프리지 치커리(chicorée frisée), 또는 앙디브 치커리(endive chicorée)로도 알려져 있다. 이 종류는 스카롤(scarole)과 가까운 친척이다. 다른 샐러드류와 달리, 프리지는 매우 연한 녹색을 띠며, 때때로 노란빛이나 흰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는 재배 중 농부들이 햇빛을 너무 많이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때문이다. 치커리는 약간 쌉싸름하지만, 아삭한 줄기 덕분에 식감이 풍부하다.
루콜라(La roquette)
루콜라(rucola), 이탈리안 크레송(cresson italien), 또는 지중해 로켓(fusée méditerranéenne)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루콜라는 가장 인기 있는 상추 종류 중 하나다. 지중해가 원산지이며, 페스토(pesto) 같은 이탈리아 요리에 자주 쓰인다. 쓴맛보다는 약간 후추 같은 알싸한 맛이 특징이며, 잎 가장자리는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앙디브 (L’endive)
벨기에 앙디브(endive belge), 프랑스 치커리(chicorée française), 또는 위틀로프 치커리(chicorée witloof)라고도 불린다. 앙디브는 색감과 쌉싸름한 맛 덕분에 샐러드에 훌륭한 추가 재료다. 타원형이며, 촉감은 부드럽고 거의 새틴처럼 매끄럽다. 구형 모양 때문에 작은 전채 요리를 만들 때도 자주 활용된다.
레드 치커리 (La radicchio)
붉은 치커리(chicorée rouge), 이탈리안 레드 치커리(chicorée italienne rouge), 또는 키오자(Chioggia)라고도 한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또 다른 상추 종류로, 짙은 자주빛 색깔이 특징이다. 형태는 앙디브형 혹은 둥근 형태로 나타나며, 쓴맛이 있지만 익히면 단맛이 나고 색깔은 갈색으로 변한다.
미즈나 (La mizuna)
스파이더 머스타드(moutarde d’araignée), 일본 잎채소(feuilles japonaises), 포서브 머스타드(moutarde potherb), 캘리포니아 풀(chiendent de Californie), 쿄나(kyona), 또는 쉐차이(xue cai)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리 잘라서 파는 샐러드 믹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상추는 전문 매장이나 농산물 시장에서는 대량으로도 구할 수 있다. 다른 상추들보다 알싸한 맛이 강한 편이다.
에스카롤 (La scarole)
넓은잎 앙디브(endive à larges feuilles) 또는 바타비아 앙디브(endive de Batavie)라고도 한다. 프리지와 가까운 종류지만 더 크고, 더 아삭하며, 약간 더 쓴맛이 있다. 샐러드보다는 수프에 더 자주 쓰이며,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콩과 함께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비트 잎 (Les feuilles de betterave)
어린 상태일 때는 부드럽고 약간 매운 맛이 나며, 보랏빛을 띠는 줄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다. 시간이 지나 시들면 색깔은 더 진해지고 맛은 더 달아진다.
물냉이 크레송 (Le cresson)
물크레송(cresson de fontaine)이 가장 흔하지만, 육상 크레송(cresson terrestre), 컬리 크레송(cresson bouclé), 고지대 크레송(cresson des hautes terres)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들은 모두 후추 같은 맛이 특징이며, 일반적으로 작은 초록 잎과 질긴 줄기를 가지고 있다. 대개 모래가 많은 토양에서 자라므로, 먹기 전에 잘 씻어야 한다.
다채 (Le tatsoi)
스푼 양배추(chou-cuillère), 로제트 박초이(bok choy rosette)라고도 한다. 이 아시아 샐러드는 부드러운 맛에 약간 겨자 느낌이 난다. 잎은 작고 둥글며, 어린 시금치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다. 보통은 대량으로 판매되지만, 성숙한 형태는 로제트처럼 둥글게 자라 볶음 요리에 활용되기도 한다.
버터헤드 상추 (La laitue Butterhead)
보스턴(Boston), 버터 상추(laitue au beurre), 또는 비브(Bibb)로도 알려진 이 상추는 부드러운 잎을 갖고 있으며, 이름처럼 질감이 매끄럽고 버터처럼 느껴진다. 비브는 가격이 더 비싸며, 잎이 연약해 보통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다.
로메인 상추 (La romaine)
코스 상추(laitue cos)라고도 불리며, 다른 상추에 비해 더 단단하다. 중앙에 두꺼운 줄기가 있어 아삭한 식감과 약간의 쓴맛이 난다. 시저 샐러드(salade César)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상추다.
마슈 (La mâche)
콘 샐러드(salade de maïs), 야생 상추(laitue des champs), 또는 푀튀스(fœtus)라는 이름도 있다. 대개 화분에 담겨 판매되므로 식료품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맛은 달콤하고 부드럽고, 잎은 작고 섬세하다. 쉽게 상처 나므로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
오크리프 상추 (La feuille de chêne)
잎 모양이 참나무 잎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얼핏 보면 녹색 또는 붉은 잎 상추와 헷갈릴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질감과 모양이 다르다. 맛은 매우 부드럽고, 잎은 짧고 끝부분이 특히 연하다.
리프 상추 (La laitue à feuilles mobiles)
레드 리프 상추(laitue à feuilles rouges), 그린 리프 상추(laitue à feuilles vertes)라고도 불린다. 맛은 매우 순하고, 줄기는 아삭하지만 쉽게 찢어진다. 잎이 풍성하게 퍼져 있으며, 보통 잎이 크다.
바타비아 상추 (La batavia)
이름 그대로, 바타비아 상추는 다른 녹색 상추보다 더 더운 기후를 잘 견딘다. 열에 강하고 꽃대가 잘 서지 않으며, 여전히 아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그러나 다른 상추처럼 쓴맛이 쉽게 올라온다. 살라키스(salakis) 같은 품종은 사계절 내내 상추를 먹고 싶은 정원사들에게 인기다. 이 상추도 잎의 색이 녹색 또는 붉은색을 띤다.
크리산텀 잎채소 (Le chrysanthemum greens)
연하고, 윤기가 흐르며, 매콤한 맛이 나는 이 샐러드는 맛있는 요리를 위한 이상적인 재료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량으로 자라며, 어린 잎이 샐러드용으로 가장 맛있다. 잎이 늙으면 주로 익혀서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