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맥주 문화의 본고장으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1300개가 넘는 독일의 수많은 맥주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으며, 가장 좋은 것은 그 지역의 맥주는 먹는 것이라고 한다. 맥주 브랜드를 고르는 것은 알고 고르는 것은 어렵지만, 독일의 맥주 종류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독일 맥주에는 크게 필스너(Pilsner), 바이첸 비어(Weizenbier), 슈바르츠 비어(Schwarzbier), 둥켈(Dunkel) 등이 있으며, 각각의 역사와 제조 방식, 특징이 다르다.
1. 필스너(Pilsner)
필스너는 독일의 필젠(Pilsen) 지역에서 탄생한 맥주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 스타일 중 하나이다. 필스너의 특징은 밝은 황금색의 외관과 깔끔하고 청량한 맛이다. 필스너의 제조 방식은 맥아를 볶아서 쓴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줄여서 필스(Pils)라고 하거나, 크리스탈(Kristal)이라고 하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인 맥주이며, 우리나라에서 흔히 마시는 라거 타입과 같다. 하지만 국산 맥주보다 뒷맛이 훨씬 깔끔하고, 쓴 맛이 거의 없어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필스너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되 조금 더 진하게 만드는 것은 엑스포트(Export)라고 한다. 원래 독일에서는 엑스포트(Export)가 더 인기 있었으나 1970년대부터 필스너가 대세가 되었다고 한다.
2. 바이첸 비어(Weizenbier)
바이첸 비어(Weizenbier)는 직역하면 "밀 맥주"로, 독일 남부 바이에른(Bayern)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색깔이 필스너보다는 좀 더 연하다고 하여 바이스 비어(Weißbier; "흰 맥주"라는 뜻) 라고도 부른다. 맥아(보리 엿기름) 대신 밀의 엿기름을 사용하여 만들어 좀더 순하고 맛이 깔끔하다. 바이첸 비어의 특징은 흰색 거품과 부드러운 목 넘김, 바나나나 빵과 같은 풍미다. 바이첸 비어는 상면 발효 방식으로 제조되며, 보리맥아와 밀맥아를 함께 사용한다. 중세 시대에는 보리보다 밀이 귀했기 때문에 바이첸 비어는 귀족들이 마시는 귀한 맥주였다고 한다.
3. 헤페바이첸(Hefe-Weizen)
헤페(Hefe)는 독일어로 "효모"를 뜻한다. 즉, 헤페바이첸은 바이첸 비어를 만들 떄 효모를 걸러내지 않고 만드는 것입니다. 바이첸 비어를 바이스 비어라고도 하듯이, 헤페바이첸도 헤페바이스(Hefe-Weiß)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헬(Hell)이라는 애칭도 있습니다. 다른이들은 헤페바이첸을 "독일식 막걸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황금빛의 뿌연 색깔이 특징이며, 맛은 굉장히 달콤하고 순합니다. 과실주도 아닌 곡주인데 쓴맛이 전혀 없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성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맥주가 헤페바이첸입니다.
4. 슈바르츠 비어(Schwarzbier)
슈바르츠 비어(Schwarzbier)는 직역하면 "검은 맥주" 흔히 말하는 흑맥주이다. 맥아를 한 번 로스트한 뒤 맥주를 만들면 검은 빛깔이 나며, 로스팅 향이 가미되어 무겁고 쌉쌀한 맛이 나는데 도수가 높은 것은 아니므로 큰 부담은 없는 편이다. 슈바르츠 비어의 특징은 진한 갈색의 외관과 쌉쌀한 맛, 견과류나 초콜릿과 같은 풍미이다. 슈바르츠 비어는 상면 발효 방식으로 제조된다. 슈바르츠 비어는 튀링엔(Thüringen)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괴테(Goethe)도 즐겨 마셨다는 쾨스트리처(Köstritzer)가 가장 유명하다.
5. 둥켈(Dunkel)
둥켈(Dunkel)은 슈바르츠 비어(Schwarzbier)와 비슷한 외관과 맛을 가진 맥주로 둥클래스(Dunkles)라고도 한다. Dunkel은 독일어로 "어두운[dark]"이라는 뜻이다. 슈바르츠 비어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지기도하는데, 바이첸 비어를 만들 때 맥아를 훈제한 뒤 만들기 때문에 슈바르츠 비어와 제조 방식은 거의 같은 둥켈이 조금 더 밝은 빛을 띈다. 그래서 사실 상 검은 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이다. 슈바르츠 비어가 쌉쌀한 맛이 강하다면, 둥켈은 구수한 맛이 강하다. 바이에른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그 외에는 쾰른(Köln) 지역의 전통 양조 방식인 쾰슈 맥주(Kölsch), 뒤셀도르프(Düsseldorf) 지역의 전통 양조 방식인 알트 비어(Altbier), 베를린(Berlin) 지역의 전통 맥주 음료인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ße) 등 로컬 맥주도 유명하다.
또한 맥주를 기반으로 한 맥주음료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벡스 레몬(Beck's Lemon)을 생각하면 되는데, 맥주와 레몬에이드를 1:1로 섞은 것입니다. 이런 맥주음료를 독일에서는 라들러(Radler) 또는 알슈터(Alster)라고 부릅니다. 도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도 음료수처럼 부담없이 마실 수 있습니다.
말츠 비어(Malzbier)는 영어의 몰트 비어(Malt beer)와 같은 것으로 무알코올 또는 무알코올에 가깝게 만든 맥주로 어린아이나 임산부도 먹을 수 있다. 맥주와 비슷한 맛으로 알코올을 뺀 무알코올 맥주와는 다르다. 가장 유명한 말츠 비어인 비타말츠(Vitamalz)의 경우 맥주의 맛이 전혀 나지 않으며, 오히려 꿀허브차와 비슷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