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가정 혹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알자스 지역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은 최소 2개 국어를 사용해야하는 이중언어 구사자로 생활하게 된다. 이 때 ‘최소’라함은 거주 지역에 따라 유치원(Ecole maternelle) 또는 초등학교(Ecole élementaire)에서 프랑스어/독일어 수업 병행을 하는 곳이라면 어렸을 때 부터 3개 국어를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중언어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 구사자들은 단일언어 구사자들보다 더 높은 기억력과 인지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구사자는 두 가지의 다른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장래에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쉽게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부모가 아이를 이중언어 구사자로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때로 이중언어가 갖는 장점만을 바라본 나머지, 이중언어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간과할 때가 있다.
이중언어
이중언어란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가르킨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갖고 있지만, 프랑스어를 한국어 수준만큼 구사할 수 없다면 진정한 이중언어 구사자라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이민을 온 이민 1세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반면, 이민 1.5세대 혹은 2세대 아이들은 이중언어 구사자가 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란다고 모두가 이중언어 구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환경은 제2외국어 능력을 기르기는 비교적 쉽지만, 진정한 이중언어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부모의 꾸준한 보살핌과 도움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은 자신이 사용하는 두 가지 언어와 관련하여 형성되는 개인적인 정체성을 의미한다. 이중언어 아동은 보통 어떤 언어를 사용할 때 그 언어에 대한 문화적인 배경과 관련된 요소들도 함께 받아들이며, 이러한 요소들은 그들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은 보통 언어 능력과 함께 발전하며, 언어적인 능력이 높을수록 그들의 이중언어 정체성도 더욱 강화된다. 또한,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은 그들이 사는 문화와 가족 배경 등과도 연관이 있다.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은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으며, 언어 사용에 대한 태도, 자기 인식, 사회적 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은 그들이 자신의 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자부심과 이해를 갖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중언어 아동들이 항상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각각의 아동들이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중언어 사용이 부담스러울 때나 문화 간 갈등 등이 발생할 때는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중언어 아동의 정체성과 정서적 안정성 및 사회정서 능력의 관계는 개인별로 다양하며, 각각의 아동들이 다른 경험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모국어' 습득의 중요성
이중언어 환경에서 모국어 습득은 매우 중요하다. 모국어는 언어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중언어 아동이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잊어버리거나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들은 자신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잃게 된다.
또한, 모국어는 두 번째 언어 학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는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언어 아동이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그들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더욱 유리하다. 모국어를 잘 습득한 이중언어 아동은 새로운 언어를 더 빠르게 습득하고, 언어적인 유연성과 다양성을 갖출 수 있다.
또한, 모국어는 가족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중언어 아동이 가족과 소통할 때 모국어를 사용하면, 그들은 가족과 더 가까워지고, 문화적인 유산을 공유하며, 가족 내부의 유대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모국어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발달과 문화적인 정체성 형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이중언어 아동의 연령별 언어발달 수준
이중언어 아동의 연령별 언어발달 수준은 다양하다. 아동의 모국어와 이중언어 습득 시작 시기, 사용 빈도 및 환경 등에 따라 언어발달 수준이 영향을 받는다. 다만, 대체로 일반적인 모국어 사용자와 비교했을 때, 이중언어 아동은 두 가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지연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두 언어의 어휘와 문법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반적인 이중언어 아동의 연령별 언어발달 수준이다.
유아기(2~3세)
: 대부분의 이중언어 아동들은 이 시기에 모국어와 이중언어를 구분하고, 각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기본적인 단어와 구문을 이해하고 사용하기 시작한다.
어린이기(4~6세)
: 이 시기에는 언어의 복잡도가 증가하고, 이중언어 아동들은 단어의 뜻과 발음, 문장 구조, 어휘 등을 더욱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글자와 음소의 관계를 이해하고 쓰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초등학생(7~12세)
: 이 시기에는 언어의 발달이 더욱 복잡해지며, 이중언어 아동들은 두 언어 모두에서 글과 말에 대한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하여 학교와 가정에서 각각의 언어를 구분하여 사용한다.
청소년기(13~18세)
: 이 시기에는 언어의 발달이 거의 완료되며, 이중언어 아동들은 두 언어 모두에서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언어 구문을 사용한다. 또한, 두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언어적 유연성과 다양성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 수준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적인 대화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민자 가족의 소통문제와 이중언어 환경의 어려움
이민자 가족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소통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녀들은 학교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언어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가족 내부의 소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중언어 아동이 학교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다가 집에 와서는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언어 전환에 대한 부담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부모와 자녀 간의 언어적인 차이로 인해 부모는 자녀가 학교나 사회에서 겪는 언어적인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이중언어 환경에서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의 언어적인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 등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민자 가족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녹아들며 소통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중언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역할
아이와 친밀한 유대관계 유지하기
아이와 친밀하게 의사 소통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인 동시에 이중언어 구사자로서 자라는 과정에서도 큰 원동력이 된다. 이전 단락에서 언급한 것처럼 늦은 언어발달로 인해 아이가 자존감, 자신감을 잃어갈 때 부모는 아이를 정서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유대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책 읽기, 아이와 이런저런 수다 떨기 등 소통을 전제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이 유대관계는 깊어진다. 부모가 프랑스어를 배우는 것 또한 아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좋은 방법이다. 부모는 이를 통해 이중언어 환경에 있는 아이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아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직접 프랑스어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모국어 뿌리내리기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해서 모국어가 뿌리내렸다면 대부분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사회에서 아이가 커가면서 모국어를 거부할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모국어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프랑스어의 사용이 늘면서 두 언어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이때 부모가 모국어 사용을 강요하면 더 큰 거부감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강요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조금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이때 무작정 언어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한국음악이나 영화같은 문화적인 접근으로 모국어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 주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