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립행정학교(ENA, 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ENA의 개혁은 제5공화국에서 끊임 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다.
국가 고위 공무원을 양성해 온 ENA는 프랑스 관료 제도의 근본이다. 현재 형태의 ENA는 ‘공공서비스학교’(Institut du service public)로 교체된다고 마크롱 대통령이 발표했다. 이 학교와 친숙한 고위 관리들이 모인 자리였다.
매년 ENA가 배출하는 학생들이 프랑스의 고위 관리 및 정치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다. 프랑스 제5공화국 대통령 4명 조르주 퐁피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작크 시락, 엠마뉘엘 마크롱, 그리고 총리 9명, 그중 전 총리 에두아르 필립과 현 총리 장 카스텍스도 ENA 졸업생이다.
지난 수 주 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행정 그랑제콜의 다양성 문제를 우선 순위로 다루었다. 이것이 4월 8일 발표의 의미다. 지난 2월 11일 낭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공화국의 어느 어린이도 그 학교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의 야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50년 전보다 그 기능이 저하된 것이다. 사회적 기동성이 취약한 것이다.
공직자들의 계급은 칸막이로 차단되어 있어 한 계급에서 위의 계급에로의 상승에는 어려운 공개 경쟁 시험에 합격하거나 또는 직책과 계급이 요구하는 학위를 한 다음 공모에서 선발되는 길 밖에 없다. 한 계급에서 아무리 연륜과 실력과 경험을 쌓아도 상위 계급으로 상승할 수 없다. 프랑스 최고의 수재들이 입학하는 각종 그랑 제콜에 입학하는 학생은 거의 전부가 고위 공무원, 기업인, 교육자 등 인텔리 간부 계층의 자녀들이다.
ENA의 2019~2020년 입학생 82명 가운데 노동자의 아들은 단 한 명이었다. ENA가 1945년에 설립된 이후 이 학교 입학생 중 노동자의 자녀의 비율은 평균 5.5% 미만이다. 농민, 수공업자, 노동자, 고용원의 자녀는 매년 입학생의 15% 미만이다. 반대로 전 졸업생들의 72%가 간부들의 자녀다.
노란 조끼 위기에 대한 답으로 2019년 4월 25일 마크롱 대통령은 전 직업 축구 연맹 이사장 프레데릭 티리에(Frédéric Thiriez)에게 고위 공작자에 대한 정보 사명을 위촉했다. 2020년 2월에 제출된 티에리 보고서에서 ENA의 폐지와 EAP(Ecole d’Administration Publique) 신설이 제안되었다. 국가의 고위 공무원을 양성하는 EAP의 입학 시험을 개편하여 ‘긍정적인 차별’, 즉 입학 정원의 일정 수를 하위 계층 자녀들에게 할애하는 것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ENA의 기능은 1960년대부터 비판을 받았다. 1964년에 사회학자 피애르 부르디유(Pierre Bourdieu)는 장-클로드 파스롱(Jean-Claude Passeron)과의 공저 ‘상속인들’(Les Héritiers)에서 ENA 뿐만 아니라 다른 그랑 제콜이 ‘지배적인 계층의 상속자들’이 독점한다고 비판했다. 수년 후에 ‘국가 귀족’(noblesse d’Etat)으로 용어를 변경했다.
전 장관 장-피애르 슈벤느망도 ENA의 기능에 이의를 제기했고, 프랑소아 바이루도 2007년에 이 학교를 닫을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브뤼노 르 매르도 ENA의 폐쇄를 지지했다.
엠마뉘엘 마크롱 자신도 생각을 여러 번 바꾸었다. 그는 ENA가 없으면, 고위 공무원 모집은 재능과 능력에 바탕을 둔 공화국 공개 경쟁 시험을 통해서 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하면서 학교 시스템의 개혁을 이야기 했다. 그는 문제는 ENA 자체가 아니다. ENA에 입학하는 농민과 노동자의 자녀가 적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란 조끼들의 시위 후 엠마뉘엘 마크롱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ENA의 폐지를 업급했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엘리제 궁은 ENA의 폐지를 언급하지 않고, 목표는 고위 공무원 사회의 ‘개방 결여에 대항하고, 사회적 재생산, 사회, 경제, 국토, 문화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인재 유치의 결여를 지양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른 전통적인 외부 모집에 추가되는 특수한 ‘재능 공개 경쟁 시험’ 실시 방법을 시사했다.
이제 1945년에 드골 장군이 서명한 대통령 령으로 설치한 ENA는 없어질 전망이다. ENA는 국가의 고위 공무원을 양성하는 학교로 이들은 회계 감사원, 최고 행정 재판소, 재무 감사 등의 고위 공직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대통령은 이에 종지부를 찍고자 한다.
새 학교가 청설되면 ISP(공공서비스학교)라는 이름으로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ENA 자리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입학생들의 프로파일이 다양해 지고, 대학교 출신들이 많이 입학하기를 바란다. ISP 졸업생은 현재 ENA 출신의 25세 공무원처럼 졸업과 동시에 바로 고위 직책에 앉지 않고, 몇 년 간 일선에서 실무를 한 후에 지휘 직책에 임하게 될 것이다. ISP는 국가의 모든 행정 관료 양성의 공통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