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는 현대까지 이어져 온 세계적인 상징이지만, 그 기원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자 영국 왕실의 상징이었던 앨버트 왕자(Prince Albert, 1819-1861)는 1840년대 후반, 윈저 성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한 것이 이 전통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영국을 넘어 미국으로도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이 장식 문화는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의 고유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여겨진 게 가장 일반적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초기 미국
다른 일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왕실 전통이 전해지기 전인 1700년대 후반이었다고 전해진다. 1776년 크리스마스 밤, 델라웨어 강을 건너 트렌턴 전투(Battle of Trenton)에서 적을 기습하려던 조지 워싱턴의 대륙군이 헤센 군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동안 공격했다고 한다. 그들이 축제용 크리스마스 트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당시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초기의 크리스마스 트리 전설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1777년 코네티컷에 주둔하던 독일계 헤센 병사들이 미국 땅에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문서는 없다. 대신, 1847년 독일 이민자 아우구스트 임가르트(August Imgard)가 오하이오 주 우스터(Wooster)에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다는 설이 더욱 주목받는다. 향수를 달래기 위해 임가르트는 스프루스 나무에 손수 만든 종이 장식과 작은 양초를 달아 꾸몄으며, 이는 지역 사회에 크리스마스 트리 전통이 퍼지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기록에서는 그가 나무 꼭대기에 별 장식을 달고 사탕지팡이로 나무를 장식했다고도 전해진다.
문헌에 남은 미국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
미국에서 최초로 문서화된 크리스마스 트리는 1830년대 중반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 찰스 폴렌(Charles Follen)의 집에서 세워졌다. 독일 출신으로 노예 폐지 운동에 힘썼던 폴렌 교수는 1835년 크리스마스에 세 살배기 아들을 위해 양초와 작은 선물로 가문비나무를 꾸몄고, 그의 집을 방문했던 영국 작가 해리엇 마르티노는 이 장면을 생생히 묘사했다. 이듬해인 1836년에는 같은 하버드 출신 독일 이민자 헤르만 보쿰(Herman Bokum)이 집필한 책 A Stranger’s Gift에 촛불이 빛나는 트리를 둘러싼 가족의 모습을 담은 삽화가 수록되었는데, 이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쇄된 크리스마스 트리 이미지로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대중화와 신문 보도
한편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1840년대 후반에 미국에 소개되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는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850년대부터 미국 신문에 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는데, 1853년 매사추세츠 콩코드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트리 축제에 대한 보도가 그중 하나다. 1855년에는 뉴올리언스 타임스 피카윤이 세인트 폴 성공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울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이를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주는 독일의 전통"이라 소개했다. 당시 신문 기사는 독자들이 이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통의 확립과 백악관의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는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미국의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마스 전등이 개발된 1880년대, 토머스 에디슨의 직원이 최초의 전기 크리스마스 트리를 제작하면서 이 전통은 현대적이고 영구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백악관에 최초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 것은 1889년으로, 벤자민 해리슨 대통령이 손주들을 위해 백악관 위층에 나무를 장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때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는 미국 전역의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사랑받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