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그중에서도 파리는 매혹적인 건축과 예술, 거리 풍경으로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도시다. 그러나 ‘빛의 도시’라는 수식어 이면에는 관광객을 노린 소매치기 범죄가 일상처럼 도사리고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파리를 찾는 여행자라면 단순한 ‘주의’에 머무르지 말고,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예방 지침이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피하는 기본 수칙
눈에 띄지 않는 복장이 기본이다.
무채색 계열의 옷—검정, 회색, 베이지 등—을 입고 현지인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원색이나 화려한 패턴의 옷차림은 관광객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는 곧 타깃이 된다는 의미다.
소지품은 ‘몸 가까이’, ‘지퍼는 고정’이 원칙이다.
가방은 어깨에 무심히 걸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앞으로 메고 지퍼를 잠갔는지 재확인해야 한다. 지퍼 고리는 옷핀이나 작은 자물쇠로 고정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배낭은 가장 취약한 형태로,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갑과 휴대폰은 앞주머니나 슬링백 등 몸에 밀착된 공간에 보관하자. 현금은 최소한으로 지니고, 신용카드는 비밀번호 설정이 된 것만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하철과 관광지에서는 ‘방심금물’
파리 지하철 1호선—루브르, 개선문, 샤를 드골-에투알(Charles de Gaulle–Étoile) 역이 있는 노선—은 소매치기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붐비는 승강장과 열차 안은 이상 접근을 허용하는 가장 위험한 장소다. 가능하다면 버스나 도보 등 다른 교통수단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전 설문조사나 도움을 가장한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친절한 미소 뒤에는 의외의 목적이 숨겨져 있다. ATM, 티켓 판매기 주변, 혹은 사람들이 몰리는 광장 등에서는 낯선 이의 접근을 즉각적으로 피해야 한다.
식당과 쇼핑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방은 의자 뒤나 바닥이 아닌 무릎 위나 몸 가까이에 두는 것이 원칙이다. 카페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는 습관은 반드시 피하자. 쇼핑몰이나 번화가에서는 부딪힘을 유도해 주머니나 가방을 노리는 방식이 흔하므로 주변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항과 차량 이용 시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공항에서는 낯선 이가 짐 수레를 ‘도와주겠다’고 접근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렌터카를 사용할 경우, 차 안에 귀중품을 두지 말고, 의심스러운 접근이 있을 경우 즉시 자리를 피해야 한다. 특히 도로에서 발생하는 ‘차량 고장’ 사칭 사기도 자주 발생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파리에 소매치기가 많은 구조적 이유
‘관광객 중심 범죄’가 구조화된 도시
프랑스는 매년 1억 명이 넘는 관광객을 맞이하며, 이 중 다수가 파리를 방문한다. 관광 산업의 규모와 경제적 이익에 비해, 소매치기 문제는 경찰이나 행정기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관광객의 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일부 범죄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지 않는 구조다.
아시아인 관광객, 주요 표적이 되는 이유
한국, 중국, 일본인 등 동아시아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피해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신고 과정도 번거로워, 사건 발생 후 그대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현지인—특히 파리지앵—을 노릴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나 폭력적 저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매치기들은 관광객만을 노리는 전략을 택한다.
소매치기 근절이 어려운 현실
경찰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프랑스 경찰의 주요 임무는 테러 예방과 인종차별 범죄 등 대형 사회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소매치기와 같은 경범죄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으며, 단속 빈도 또한 낮은 편이다.
유의미한 처벌이 없다
소매치기가 체포되더라도 법적 제재는 경미하거나 훈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범죄는 반복되고, 범죄자에게는 실질적인 제약이 없다.
사복경찰 단속은 제한적이다
관광지와 지하철 1호선에는 간헐적으로 사복경찰이 투입되지만, 테러 경계가 강화되면 그 인력이 다른 임무로 빠르게 전환된다. 따라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단속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필요한 실천적 대응
피해 시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
보험 처리를 위해서라도 현지 경찰서에 신고하는 절차는 필수다. 다만 프랑스 경찰서는 한국어 지원이 없으므로, 사전에 번역 애플리케이션이나 간단한 영어 문장을 준비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공동 대응이 필요한 시점
개별 관광객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소매치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여행사, 관광청, 단체 등이 연합해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프랑스 경찰청, 올림픽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항의와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 ‘주의’는 여행의 필수 장비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구체적인 수칙만으로도 피해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은 더는 ‘낭만적인 파리’만을 상상하지 말고, 현실적인 생존 지침을 준비한 채 떠나야 한다. ‘여행은 자유이자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