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성수기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겨울 유럽 여행 상품을 염가로 판매하는 여행사 상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크리스마스 날짜에 맞춰서 아름답고 화려한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사진과 함께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주는 아름다운 이미지와 가성비 좋아 보이는 여행비용만 보고 덜컥 예약해서 여행 온 한국 관광객들이 크게 실망하는 모습들을 자주 만난다.
아름다운 사진 속 모습처럼 크리스마스 장식된 유럽 도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을씨년 스럽게 한기가 온몸을 파고드는 날씨에, 어느덧 큰 축제가 한 번 휩쓸고 간것처럼 지져분한 모습의 길가, 듬성듬성 닫혀있는 상점들로 유령도시 같은 풍경...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와 같은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는 12월 24일부터 이듬해 1월 2일까지는 유럽 여행을 오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크리스마스는 유럽의 명절이다
우리나라의 설날, 추석과 같이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즐기는 전통적인 명절이다. 때문에 많은 가게들과 상업공간들이 문을 닫고 운영하지 않는다. 때문에 여행객으로서 현지 문화를 온전히 즐길 수 없고, 쇼핑을 만끽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명절 설날, 추석 시기의 서울과 대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휑한 거리 분위기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여행하기에 괴로운 날씨이다.
유럽의 겨울 날씨에 비해서 한국의 겨울 날씨는 '한냉건조'하여 바람이 차고 매섭다. 하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한 전반적인 유럽의 겨울 날씨는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냉습윤'해서 으슬으슬 춥고 습하다. 한국 처럼 건조하고 매서운 찬바람이 불지는 않지만, 밤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낮에는 간밤의 습기를 한가득 머금은 차고 무거운 공기가 대기에 가득해서 으슬으슬 뼛 속까지 몸을 시리게 한다. 습한 겨울 날씨를 겪어보지 못한 한국사람들은 특히 많이 힘들어하는 날씨이다.
이 시기의 유럽은 치안이 좋지 않다.
관광객에게 치안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유럽 여행 시기는 단연코 여름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치기, 절도, 강도 등 사고가 빈번하다. 하지만, 관광객이 아닌 대상으로한 범죄의 발생율을 보면 연말 연초가 가장 높다. 이 시기에는 특히 절도, 강도, 방화 등의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쇼핑을 즐기기 어렵다.
위에 첫번째 이유에서 언급했지만, 이 시기에는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이 시기는 전통적인 유럽의 휴가 기간이다.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들에게 직장인의 겨울 휴가는 조금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유럽에서 이 시기 1~2주일(크리스마스부터 다음해 1월 2일까지)은 겨울 휴가 기간으로 가게 또는 회사 전체가 문을 아예 닫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시간적인 이유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 시기에 유럽여행을 가겠다라고 한다면 말릴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내용들을 숙지하고 주의하고 또 주의하자.
그렇다면 사진 속에서 보던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면 언제 여행을 가야할까? 유럽의 도시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1월 말~12월 23일까지가 가장 좋다. 이 시기에 유럽 대도시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운영하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당일(24일~25일)에는 전쟁도 잠시 쉬는게 유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