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부터 이어져 온 와인의 땅, 알자스
1세기 로마인들에 의해 개발된 알자스의 포도밭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약 15,500헥타르의 면적을 가진 알자스는 프랑스 전국 와인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스트라스부르와 뮐루즈 사이의 17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진 이 지역은 포도 재배에 특히 적합한 미기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보주 산맥이 비와 바람으로부터 보호해 주기 때문에 알자스 포도나무는 햇볕에 잘 노출되는 이점도 있다.
와인잔의 간략한 역사
최초의 유리 와인잔은 13세기 이탈리아 무라노(Murano)에서 등장했다. 이전에는 납, 은 또는 도자기로 만들어졌던 유리 와인잔은 산업화와 함께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 후 프랑스의 여러 와인 산지에서는 샴페인 잔부터 부르고뉴 잔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와인잔을 만들었다. 그리고 알자스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있었고 그렇게 긴 녹색 줄기를 가진 와인 잔이 등장했다.
알자스 와인 잔에 녹색 줄기는 왜 있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알자스 와인잔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알자스 와인 재배자들은 와인 속에 들어있는 부유물과 입자들을 가리기 위해 « Rutscherle »라고 불리는 작고 불투명한 녹색 잔을 사용했다. 하지만 알자스 유리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자스 잔의 조상인 « Roemer » 잔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두 잔의 길쭉한 줄기가 서로 매우 흡사하다. 전통적인 알자스 와인잔은 19세기에 탄생했다. 당시 품질이 낮은 포도 품종을 조기에 수확하고, 포도를 섞는 조잡한 양조방식으로 인해 품질이 좋지 않았던 알자스 와인은 매우 산성이며 녹색을 띠게 되었다. 이 색을 감추기 위해 알자스 와인 재배자들은 녹색 줄기가 있는 잔을 만들어 와인의 색이 단지 착시 효과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오늘날의 알자스 와인잔
전통적인 잔은 다소 깨지기 쉽고 시음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와인과 공기 접촉 면적이 너무 작은 이유) 주로 장식적인 요소로 남아 있거나 축제 테이블에서 볼 수 있다. 1970년에 INAO(프랑스 국립 와인 연구소)에서 튤립 형태의 만든 와인잔이 탄생한 후, 스트라스부르의 스타 레스토랑 « Au crocodile »은 알자스 지역에서 사용하던 와인잔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시음에 적합한 INAO잔에 착안해서 새로운 와인잔을 고안해 냈다. 그렇게 가늘지만 투명한 줄기가 특징인 « Grand Sommelier Jung »이 탄생했다.
Grand Sommelier Jung (그랑 소믈리에 융)
매번 미쉘랑 별을 놓치지 않는 레스토랑 « Au crocodile »의 팀은 테이블 예술과 와인 시음의 예술을 결합한 잔을 디자인했다. 줄기는 다른 현대적이 와인잔 처럼 여전히 길고 가늘지만 와인의 색을 바꾸지 않도록 완전히 투명하다. 잔의 바닥이 넓어 와인의 향이 잔에 고스란히 표현되고, 잔의 윗부분이 좁아 아로마가 집중되는 것이 특징이다. Grand Sommelier Jung은 미적 매력과 시음의 질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새롭게 제안되는 여러가지 형태의 녹색 줄기 와인잔 모양 때문에 알자스 Roemer 형태의 와인잔과, Grand Sommelier Jung 잔을 혼동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둘 모두를 알자스 지역 전통 와인잔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어느덧 '진짜' 전통이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 새로운 전통의 알자스 와인 잔들은 레드 와인을 따랐을 때는 꽃이 되어 아름답게 피어나고,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는 우아한 백장미처럼 신중한 산미를 지닌 알자스 화이트 와인을 빛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