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의 대표 미식,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
알자스의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
2003년부터 매년 9월이 되면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서 열리는 유럽 박람회에서 알자스 최고의 전통 알자스의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는 '알자스 요리사 협회'와 '바랭(Bas-Rhin) 호텔·레스토랑 및 음료업 협회'의 후원을 받고 있다. 나는 약 15년 동안 이 대회의 진행을 맡으며 최소 180개 이상의 부셰를 직접 맛볼 기회를 가졌다. 심사 도중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을 발견하면 마이크를 내려놓고 직접 맛보며 우승 후보를 점쳐보기도 했다.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의 기원
알자스 사람들에게 ‘부셰 아 라 렌’은 ‘수베베슈텔레(subbäbäschtettle)’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며, 알자스의 전통 요리로 자리 잡았다. 이 요리는 지역 레스토랑의 메뉴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중요한 가족 행사나 성찬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사실 이 요리의 기원은 알자스 북쪽, ‘아우터포레스트(Outre-Forêt)’ 지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왕비의 제빵사였던 니콜라 스토흐러(Nicolas Stohrer)
이 요리의 창시자로 알려진 니콜라 스토흐러는 1706년 알자스 북부의 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14세에 제빵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폴란드의 국왕 스타니슬라스 레슈친스키(Stanislas Leszczynska)가 망명 생활을 하던 알자스의 북부 도시 Wissembourg에서 그의 주방에서 일하게 된다. 스토흐러는 1725년, 스타니슬라스의 딸 마리 레슈친스카(Marie Leszcynska)가 프랑스 왕 루이 15세와 결혼하며 베르사유 궁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마리 왕비는 스토흐러에게 단맛이 아닌 짭짤한 크루스타드(파이 껍질 요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 껍질 안에 닭고기와 송아지 고기로 만든 살피콩(salpicon, 잘게 썬 고기 혼합물), 신선한 버섯, 크림 소스를 넣어 완성했다. 당시 사용된 소스는 루이 14세 시대에 개발된 베샤멜 소스였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래의 레시피에는 수탉의 볏과 생식소 등 ‘흥분제’로 알려진 재료가 포함되었는데, 이는 왕비가 루이 15세의 총애를 다시 얻기 위해 스토흐러에게 특별히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 요리는 베르사유에서 처음 접대되기는 했지만, 알자스 출신의 제빵사에 의해 탄생했고 이후 알자스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스토흐러(Stohrer)의 유산
스토흐러는 1730년 파리 몽토르게이유 거리(Rue de Montorgueil)에 제빵점을 열었으며, 이곳은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제빵점이다.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은 여전히 이곳의 대표 메뉴로 남아 있다.
스토흐러는 또한 스타니슬라스를 위해 ‘바바 오 럼(baba au rhum)’를 개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당시 스타니슬라스가 너무 건조하다고 느낀 쿠겔호프(Kougelhopf)를 개선하기 위해 와인 시럽을 더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페이스트리의 역사와 발전
진정한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을 즐기려면 버터로 만든 고급 페이스트리 껍질이 필수적이다. 마가린으로 만든 페이스트리는 밀도도 부족하고 맛도 떨어져 절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과거에 프랑스 왕비가 오늘날 우리가 먹는 수준의 페이스트리를 맛보았을 가능성은 적다. 당시에도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기술은 존재했지만, 오늘날의 완벽한 조리법은 아니었다. 1651년 프랑수아 드 라 바렌(François de la Varenne)이 저술한 Le Cuisinier François에 최초로 밀푀유(Millefeuille)의 조리법이 기록되었지만, 현대적 밀푀유는 1806년, 루제(Rouget)에 의해 세 층의 페이스트리와 두 층의 크림으로 구성된 형태로 완성되었다.
페이스트리의 기원은 십자군 전쟁에서 중동을 다녀온 병사들에 의해 유럽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는 박바(Baklava)처럼 얇은 밀가루 반죽을 겹겹이 쌓아 만든 바삭한 페이스트리가 존재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페이스트리의 선조라고 할 수 있다.
1614년, 로렌(Lorraine) 지방의 보주(Vosges) 출신 클로드 젤레(Claude Gelée)가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를 위한 페이스트리 제작법을 창안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는 14세에 로마로 가서 페이스트리 기술을 익히고, 이후 화가로 경력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설은 18세기 프랑스 왕자의 요리사였던 '푀예(Feuillet)'가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알자스 출신의 니콜라 스토흐러(Nicolas Stohrer)는 이미 6단 접기의 페이스트리 기술을 알고 있었고, 그의 요리책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다.
19세기에는 유명 요리사 앙토냉 카렘(Antonin Carême)이 이 기술을 체계화했으며, 이후 라미노아(Laminoir, 반죽 압착기)가 발명되며 페이스트리 제작이 더욱 정교해졌다. 현대의 고품질 버터와 밀가루, 역방향 접기 기법 같은 혁신 덕분에 오늘날의 페이스트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수준에 이르렀다.
알자스 최고의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 대회
알자스에서 매년 열리는 이 대회는 고(故) 에르네스트 위제르(Ernest Wieser)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24년 동안 쉴티게임(Schiltigheim)의 유명 레스토랑 ‘랑쥬(l’Ange)’를 운영했으며,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회에서도 빛났다. 위제르는 2013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열정은 대회에 남아 있다. 그는 심사 후 남은 요리를 모아 알자스의 귀한 거위들에게 먹이로 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대회의 규정에 따르면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은 반드시 '전통적'이어야 한다. 이는 알자스 미식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방식으로 조리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규정 3조는 “참가자는 다음 재료를 포함한 전통적인 부셰 아 라 렌을 만들어야 한다: 송아지 고기, 가금류, 퀘넬(Quenelle), 파리 버섯(Champignons de Paris).” 참가자는 이를 해석해 요리에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퀘넬은 송아지 고기나 가금류로 만들 수 있으며, 수탉의 볏, 송아지 흉선(리 드 보), 잘게 썬 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부셰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
위제르는 요리에서 고디보(godiveau, 다진 송아지 고기와 기름으로 만든 퀘넬)를 찾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그는 전통 요리의 맛을 재현한 퀘넬을 보면 기뻐했지만, 맛이 부족하거나 소스가 지나치게 묽거나 기름지면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그는 항상 부셰는 풍부하고 푸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되면, 불 끄고 어둠 속에서 먹어. 그러면 콜레스테롤이 널 못 찾을 테니까!”
에르네스트 위제르(Ernest Wieser)
부셰 아 라 렌(Bouchée à la Reine)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다. 요리사의 정성과 최고급 재료가 필수이며, 인색한 요리사는 제대로 된 부셰를 만들 수 없다. 알자스에서 “전통적”이라는 단어는 결코 가벼운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대회에서는 종종 규정에서 벗어난 부셰가 등장해 실격당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커다란 파란 난초 장식을 얹은 부셰나, 토마토 조각이 곁들여진 요리, 발아 씨앗이 지나치게 많아 소스를 덮은 요리 등은 탈락한다.
한 번은 젊은 요리사가 매우 긴장한 나머지 부셰 뚜껑에 파슬리를 올리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힘들게 완성된 그의 요리 맛은 훌륭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레시피에서 벗어난 포아그라, 트러플, 양고기 흉선 같은 재료 때문에 결국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자의 혜택과 대회의 의미
우승자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1년간 이 요리를 메뉴에 올려야 한다. 때문에 알자스 주민들은 매년 우승 레스토랑의 주소를 확인하며 큰 관심을 보인다. 어떤 우승자의 레스토랑은 연간 수만 개의 부셰를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은 레스토랑의 부셰 껍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 직원을 고용해야 했다. 이 대회는 단순한 요리 경연이 아니라, 알자스 전통과 요리사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