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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빈상점세'와 '지자체 선매권'

ARCAS 2025. 1.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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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도시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의 정겨운 골목은 고급 카페와 상점으로 대체되고, 급등하는 임대료에 기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도시의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이 변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프랑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상점세'와 '지자체 선매권'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소유권 간의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사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프랑스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두 축

빈상점세 (Taxe sur les logements vacants)

프랑스의 빈상점세는 장기간 비어 있는 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1998년 처음 도입되었다. 이 세금은 도심 내 공실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 시장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실 상태로 방치된 주택은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빈상점세는 인구 5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1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에 적용되며, 첫해에는 12.5%, 이후에는 25%로 세율이 증가한다. 세금 부담은 집주인으로 하여금 공실을 임대 시장에 내놓게 하거나 거주 가능 상태로 개조하도록 유도한다. 프랑스는 이를 통해 공실률을 감소시키는 데 일부 성과를 거두었으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임대의 증가로 인해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 선매권 (Droit de préemption urbain, DPU)

1982년에 제정된 지자체 선매권은 부동산 거래에 지자체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도시계획 도구로, 특정 구역 내에서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지자체가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역 내 부동산이 대규모 개발업자에게 매각되어 기존 주민이 내몰릴 위험이 있을 때, 지자체는 이 부동산을 매수해 공공 주택으로 전환하거나 지역 상공인을 위한 저렴한 임대 상가로 조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지역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도시 개발의 방향성을 공공의 이익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선매권의 실효성은 해당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크게 의존한다. 예산이 부족한 지방 정부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두 제도의 교훈

프랑스의 사례는 도시 문제 해결에 있어 법적,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빈상점세는 시장 원리를 활용해 공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지자체 선매권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래 시장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두 제도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도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도시의 정의로운 발전 모델을 고민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공공과 개인의 균형을 찾아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부동산 개발을 규제하거나 임대료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랑스의 빈상점세는 방치된 자산을 활성화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고, 지자체 선매권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참고해 도시 발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기존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고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소유권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란, 단순히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이어야 한다.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이러한 도시를 설계할 수 있는 영감을 준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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