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통의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의 역사
스트라스부르에서 5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전통과 상업의 역사
매년 이맘때가 되면 스트라스부르의 거리는 불빛으로 반짝이고, 따뜻한 와인이 끓고, 군밤이 조금씩 그을린다. 그렇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인 크리스킨델스메리크(Christkindelsmärik)는 벌써 5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올 해도 어김없이 11월 27일 금요일에 스트라스부르의 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크리스마스 시즌 시작을 알리며 2024년의 "크리스마스의 수도"를 공식적으로 개막할 예정이다.
1570년부터 매해 반복되어 온 이 전통의 이름은 '크리스킨델스메리크(Christkindelsmärik)'이다. 이 이름은 외국인들에게 발음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 작은 이름에는 스트라스부르 전통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크리스킨델스메리크(Christkindelsmärik)의 시작
스트라스부르에서 최초의 크리스마스 마켓 날짜를 찾아보면, 1570년의 기록에 나타난다. 이 마켓은 성탄을 기념하여 열렸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첫번째 마켓은 아니었다. 실제로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은 이미 두 세기 전부터 12월 초에 성 니콜라스(Saint-Nicolas)를 기념하는 행사를 위해 모였다. 성 니콜라스는 독일어권에서 널리 숭배되었기에, 이 마켓은 대성당 광장(place de la Cathédrale)에서 열렸다.
이후 스트라스부르에 개신교 개혁이 도래하면서, 루터교에서는 성인들의 숭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마켓은 폐지되었지만, 대중의 요구에 따라 아기 예수에게 헌정하는 다소 간소한 시장 형태로 대체되었다. 그럳라가 1570년, 본격적으로 다시 '크리스킨델스메리크'가 탄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사 날짜도 조정되었으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리는 마켓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대성당 광장에서 열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샤토 광장(place du Château)과 메르시에르 거리(rue Mercière)로 확장되었다. 18세기에는 탕플-네프 광장(place du Temple-Neuf)까지 확장되어 규모가 커졌다.
19세기 변화의 시기
1830년, 크리스킨델스메리크는 아르메스 광장(place d’Armes)에 정착했는데, 이 광장은 10년 후 클레베르 장군을 기념하여 클레베 광장(place Kléber)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이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 여러 곳을 전전했다. 1848년에는 현재의 알 광장(Place des Halles)인 옛 기차역에서도 열렸고, 한동안 현재 스트라스부르 역사박물관이 있는 장소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렇게 이동을 거듭하며, 크리스킨델스메리크는 점차 변모했다. 단순한 향신료 마켓에서 겨울철 대규모 박람회 형식으로 발전해 다양한 물품을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늘어난 인파에 대한 반발
이 지역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스트라스부르 사람들은 이미 1세기 전부터 도시의 혼잡한 상황에 대한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거주민들이 붐비는 인파에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당시에도 “예전이 더 좋았다”는 푸념은 흔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대성당 광장 옆의 샤토 광장(place du Château) 대신 클레베르 광장(place Kléber)을 주 무대로 사용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행사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그러던 중 1871년부터 이 지역을 점령한 독일인들이 마켓 전체를 브로글리 광장(place Broglie)으로 이전시켰다.
20세기부터 현재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의 금지 목록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매년 별도의 판매 금지 상품 목록이 있고, 매년 이를 위해 토론과 논란이 있다. 사실 이러한 규제는 전통처럼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예를들면 두 차례의 세계 대전 기간 동안 금붕어와 크리스마스 카드가 판매가 금지되었는데, 이는 당시 현지 상인들과 전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1960~70년대까지 잘 유지되었지만, 당시 쇼핑몰의 대두로 인한 타격을 받았다. 추운 겨울날 밖에서 떨며 마켓에 갈 이유가 줄어들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실내 쇼핑몰로 향했기 때문이다. 점점 추운 겨울을 견뎌야 했던 알자스의 상인들은 결국 1992년에 스트라스부르를 "크리스마스의 수도"로 자처하며 대규모 홍보에 나섰다.
이후 마켓은 도시 전체의 여러 광장을 연결하는 코스로 계획되면서 스트라스부르 전체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1994년에는 처음으로 클레베르 광장에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그 이후로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30년 넘게 성장해 오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현재는 스트라스부르와 관광객 모두에게 잊지 못할 겨울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이 행사는 개신교 개혁이라는 역사적 변화를 배경으로 탄생했지만, 지금은 스트라스부르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모여 따뜻한 군밤과 프랑스 빵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는 큰 축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