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의 황새(Cigogne) 이야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과 관련해서는 많은 전설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 같은 전설은 바로 대성당의 지하 호수와 관련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호수에 수세대에 걸친 괴물들이 잠자며 종말의 시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전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탄생을 기다리는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이 보호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황새와 관련된 이야기는 바로 이 두번째 이야기이다. 그 전설에 따르면...
주변에 흐르는 강물에 둘러쌓여 물이 많은 지반 위에 지어진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지하에는 '아이들을 위한 우물'(Fontaine aux Enfants)이라고 불리우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가 자리한 땅 속에는 난쟁이 요정이 살고 있었는데, 그 요정은 늘 한 손으로는 황금 요람 속에 아기들의 영혼을 품고, 다른 손으로 노를 저으며 평화롭게 호수 위를 거닐었다. 그 때 지하의 난쟁이 요정과 지상을 연결하던 것이 황새였다. 황새는 호수에 연결된 우물을 통해 호수에 날아들어 아이의 영혼을 부리에 매달고 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달을 해주었다.
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황새가 물어다주는 아기'의 전설이 바로 알자스에서 유래되었다. 이미 중세부터 이 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지만,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들어서부터이다. 특히 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편찬한 저명한 알자스 출신의 작가 오귀스트 스토베(Auguste Stoeber)의 작업 덕분이다. 이 전설에는 Kindelesbrunnen (프랑스어 "어린이를 위한 우물"로 번역되는 알자스 지역 방언)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다.
지역 민속에 따르면, 아이를 원하는 젊은 부부들이 각설탕 하나를 창가에다 살며시 올려놓으면, 아이를 물고오는 황새가 설탕을 먹기위해 아이를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에 황새가 여자보다 낮게 날아 가면 1년 안에 아기를 갖을 것이라고 한다.
황새의 문화적 의미
이미 오래 전 부터 유럽의 문화권에서 등장하는 황새는 전통적으로 길조의 의미를 품고 있다. 철새로서 행운을 가져다주는 여행자, 꽃과 함께 봄날 귀환하는 기쁨의 상징 등... 그 가운데 유럽 역사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의미는 '다산'의 의미였다.
사실 역사적으로 유럽 게르만 민족의 문화권에서 황새는 메신져 역할을 해왔다. 그 중에 게르만족의 전설 가운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의 것과 아주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게르만 족의 여신인 '홀다(Holda 영문 : Hludana)'은 상처입고 죽은 영혼을 다시 살려냈다. 그리고 여신을 따르는 요정들은 지하수가 흐르는 동굴을 통해 이 부활한 영혼을 지상으로 내보내주었는데, 이 때 황새가 세상 밖으로 영혼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유럽 문화권에서는 흔히 지하수처럼 흐르는 물은 늘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를 상징했다. 이후 19세기에 유럽에 완전히 정착된 기독교 문화에 의해 이 게르만 전설이 매우 이교도적이라고 여겨지며 여신의 이야기가 가려지고, 민속적인 측면만 강조되어 이야기가 계속 전해졌다.
더 넓게 유럽과 중동의 문화권을 살펴보면, 황새가 신성하게 여겨진 것은 게르만 민족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집트 상형문자에 등장하는 황새 모양의 글자(bâ)는 '영혼' 또는 '에너지'를 뜻하는 말을 뜻했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황새는 결혼과 다산을 상징하는 '헤라(Hera 또는 유노Juno)'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판물 등을 통해 황새에 대한 전설과 이미지가 대중 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 흔적을 1840년대 알자스 북쪽 도시 Wissembourg에서 인쇄된 Jean Frédéric Wentzel의 시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는데, 그 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Cigogne, Cigogne cabre-toi
Apporte à maman un joli marmot,
Un qui pleure, un qui rit,
Un qui fait bien dans le pot.
Cigogne, Cigogne cabre-toi,
Apporte-moi des petits pains,
Un pour moi, un pour toi,
Mais pour les méchants garçons aucun.
황새야, 황새야 날아올라라.
엄마에게 예쁜 아이를 데려다주렴
우는 아이, 웃는 아이.
기저귀 잘 떼는 아이.
황새야, 황새야 날아올라라.
나에게 빵을 가져다주렴
나에게 하나, 너에게 하나
그런데 나쁜 아이에게는 주지마렴.
황새 보호 운동
알자스의 황새는 1960년부터 개체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거의 사라졌었다. 이는 알자스 뿐만 아니라, 추운 계절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난 북아프리카 일대에서도 마찬가지 감소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 1980년대부터 황새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적극적인 활동이 시작됐고, 다행히도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스트라스부르의 오랑쥬리 공원(Parc de l'Orangerie)을 비롯해 운나비르(Hunawihr) 등 알자스 지역의 여러곳에 황새 생태 공간이 조성되었다. 2000년도만 들어서 250쌍 이상이 키워지는 등, 자연 방사로 진행하며 점차 개체 수가 늘어가는 모습이다.
따뜻한 북아프리카에서 겨울철을 보내고, 이듬해 봄에 다시 돌아온 황새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알자스 사람들의 소소한 행복꺼리이다. 특히, 따뜻한 봄 날 짝짓기를 위해 부리를 부딫히는 소리를 내는 황새들의 모습을 도시 한 가운데, 마을의 머리 위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것은 알자스 관광의 묘미이다. 오늘날 알자스의 여러 크고 작은 마을들의 지붕에는 황새 둥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주민 대부분이 이렇게 황새와 함께 공존하며, 매년 봄마다 자기네 마을에 얼마만큼의 황새들이 둥지를 트는지도 큰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