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프랑스 대표 와인 생산 지역의 '위대한 빈티지'

ARCAS 2025. 7.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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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빈티지'는 무엇인가?

일부 와인 산지에서는 거의 매년 뛰어난 빈티지, 특별한 해, 심지어 ‘위대한 빈티지’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과장된 상업적 표현을 넘어, 정말로 뛰어난 빈티지가 존재한다. 특히 와인 애호가들이 경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빈티지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와인에서 ‘위대한 빈티지’란 무엇일까? 먼저 기본적인 원칙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훌륭한 포도를 가지고도 평범한 와인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평범한 포도로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위대한 빈티지’란 포도가 양조 시설에 들어가기 전까지 완벽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해를 의미한다.

 

 

완벽한 포도는 일생 동안 균형 잡힌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없어야 하며, 병충해의 위협도 크지 않아야 한다. 개화는 균일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래야 수확 시기마다 성숙도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봄철 강수량은 일정해야 하며, 여름은 적당히 따뜻하고 햇빛이 풍부해야 한다. 다만, 극심한 더위는 피해야 하며, 간헐적인 비가 내려 포도나무가 수분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분 스트레스가 심하면 포도나무는 생존을 위해 열매 성숙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포도는 천천히 성숙해가며, 점진적인 성숙은 씨앗까지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물론, 수확 또한 중요한 요소다. 수확 전후로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하며, 적정한 기온이 유지되어야 빈티지의 균형이 맞춰지고 산도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빈티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은 좋은 생산자의 몫이며,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진정한 ‘세기의 빈티지’는?

현대의 기술 발전과 재배 및 양조 방식의 개선 덕분에 과거 40~50년 전에 비해 품질이 낮았을 빈티지를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역사 속에는 예외적으로 뛰어난 해가 존재한다. 어떤 해는 프랑스 전역의 포도밭에서 탁월한 결과를 보였고(예를 들어, 비교적 최근인 2010년이 대표적이다), 어떤 해는 특정 지역에서만 특별한 빈티지로 기록되었다.

 

 

 

 

보르도(Bordeaux)의 최고의 빈티지

보르도의 좌안(Left Bank)에서 위대한 와인을 만드는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sauvignon)은 10년에 한 번만 제대로 익는다고 비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과장된 표현 속에도 일리가 있다. 사실, 보르도에서 진정한 위대한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깊이 있는 숙성을 이루고, 풋내 없이 완전히 익었을 때에만 탄생한다. 다만, 우안(Right Bank)의 경우에는 메를로(merlot)가 주력 품종이며, 상대적으로 쉽게 적절한 숙성도를 달성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에는 과거보다 포도가 덜 익는 문제가 줄어들었고, 따라서 위대한 빈티지가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1900년 이전의 위대한 빈티지

역사적으로 전설적인 몇 년을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은 해가 있다. 하지만 이 와인들은 오늘날 시장에서 돈이 많아도 쉽게 찾을 수 없다. 1858, 1864, 1865, 1870, 1875

 

1900년~1939년의 위대한 빈티지

세기의 시작은 전설적인 1900년 빈티지와 함께 화려하게 열렸다. (당시에는 2000년 빈티지를 마케팅하는 분위기가 아직 없었다!) 이후, 1928년과 1929년이라는 예외적인 한 쌍의 빈티지가 등장할 때까지 오랫동안 이만큼 위대한 해를 찾기 어려웠다. 특히 1928년은 매우 뛰어난 장기 숙성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1940년~1970년의 위대한 빈티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이 끝난 것을 기념하듯, 1945년 빈티지는 보르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이어서 1947년은 조금 덜 유명하지만 여전히 뛰어난 해였으며, 1949년은 완벽한 균형감을 갖춘 또 하나의 위대한 빈티지였다. 다음으로 위대한 해는 1953년으로, 우아함과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 해로 평가받는다. 1959년은 당대 언론에서 ‘세기의 빈티지’라 불렸는데, 당시부터 과장된 표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뛰어난 해였지만, 과거의 다른 위대한 빈티지들보다 특별히 더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1960년대에는 뛰어난 빈티지가 거의 없었지만, 예외적으로 1961년만큼은 보르도에서 전후 최고의 빈티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1970년~2000년의 위대한 빈티지

이 시기는 1970년이라는 뛰어나면서도 풍성한 빈티지로 시작한다. 이 두 가지 특징이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해가 이어졌고, 1975년이 그나마 좋은 해였다. 그러다 마침내 1982년, 신화적인 빈티지가 탄생했다. 이 빈티지는 가장 위대한 해들에 비해 아주 조금 못 미칠 수도 있지만, 와인 업계의 판도를 바꾼 해였다. 국제적인 와인 비평가 시대가 열리면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이 빈티지의 진정한 가치를 처음으로 높이 평가했다. 당시 보르도 와인 시장에서는 이 해를 최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후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어지는 1989년과 1990년은 보기 드물게 연속으로 훌륭한 빈티지가 등장한 해였다. 특히 1990년은 1989년보다 한층 뛰어난 해로 평가된다.

 

2000년대 이후의 위대한 빈티지

최근 빈티지들은 과거의 위대한 해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기억에 남을 만한 해로 남을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해들은 위대한 빈티지로 ‘후보’가 될 만하다. 2005년, 2010년은 특히 장기 숙성에 적합한 빈티지로 꼽히며, 2009년보다 더 오래 숙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은 2050년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2015년, 2016년, 2020년, 2022년이 주목할 만하다.

 

 

 

 

소테른(Sauternes)의 최고의 빈티지

보르도의 적포도주와 빈티지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와인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소테른이다. 소테른은 거의 ‘영원한 와인’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아주 오래된 빈티지를 살펴보면, 필록세라(phylloxéra) 대유행 이전의 최고의 빈티지는 1847년이다. 이 외에도 역사적인 빈티지로 기록된 해들은 다음과 같다. 1848, 1858, 1864, 1865, 1874, 1875, 1878

1900년 이후, 소테른에서 첫 번째로 위대한 빈티지는 1921년이었다. 이 해의 와인은 절대적으로 뛰어났다. 이후 다음과 같은 해들이 최고의 빈티지로 기록되었다. 1929년, 1937년, 1945년 (1945년은 프랑스 전체적으로도 위대한 빈티지였다.)

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위대한 빈티지는 다음과 같다. 1947, 1955, 1959, 1975, 1983, 1989, 1990, 1996, 1997, 2001, 2005, 2015, 2021, 2023. 소테른의 위대한 빈티지들은 보르도의 적포도주보다 개별적인 평가를 필요로 하며, 특히 장기 숙성 측면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부르고뉴(Bourgogne) 레드 와인의 뛰어난 빈티지

피노 누아(Pinot Noir)는 매우 섬세한 품종으로, 자란 테루아의 미세한 차이를 훌륭하게 반영할 뿐만 아니라, 포도로서의 생애 동안 겪은 기후적 변화를 그대로 드러낸다. 따라서 부르고뉴의 주요 AOC에서는 해마다 빈티지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매우 따뜻하고 햇볕이 풍부했던 해가 반드시 좋은 빈티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노 누아는 섬세한 기후 조건을 요구하며, 그래야만 와인에서도 우아함과 정교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1900년~1945년 최고의 빈티지

20세기 초반, 뛰어난 빈티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1911년은 뛰어난 장기 숙성력을 자랑하며, 몇 년 후인 1915년에도 우수한 와인이 생산되었다. 이후 1920년, 1923년, 1929년은 1920년대 최고의 빈티지로 평가된다. 이 중 1929년은 해당 10년대에서 가장 뛰어난 빈티지로, 강한 타닌과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갖춘 와인들이 생산되었다.

 

1945년 이후~현재

1930년대와 1940년대 초반에는 전반적으로 뛰어난 빈티지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1945년과 1947년에 다시 한번 전설적인 빈티지가 등장했으며, 특히 1947년은 1929년과 비교될 만큼 뛰어났다. 이후 1959년에는 디종(Dijon) 역사상 가장 햇볕이 풍부했던 해로 기록되었고, 그 결과 품질이 뛰어난 와인이 풍부하게 생산되었다. 1961년 빈티지는 초기에는 다소 까다로운 와인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균형미를 갖춘 장기 숙성형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71년과 특히 1978년은 세기의 위대한 빈티지 중 하나로 꼽힌다. 1978년산 와인은 지금도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20~30년 이상 더 숙성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1980년대에는 1985년, 1989년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1990년에는 다시 한번 최고의 균형미를 갖춘 탁월한 빈티지가 탄생했다. 최근 빈티지 중에서는 2005년, 2010년, 2015년, 2020년이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1978년이나 1929년과 같은 전설적인 빈티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최고의 빈티지

아주 오래된 화이트 와인은 보르도뿐만 아니라 부르고뉴에서도 흔하지 않다. 이런 와인은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을 지니며, 경험 많은 미식가들에게 적합하다.

  • 1950년 이전의 주요 빈티지 : 1921, 1928, 1947, 1949
  • 1950년 이후의 주요 빈티지 : 1955, 1962, 1971(특히 뛰어남), 1989, 1990, 1995
  • 최근 빈티지 중에서는 2002년이 탁월한 품질을 갖춘 해로 꼽힌다.
  • 이 외에도 2010년, 2015년, 2019년, 2020년, 2021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론(Rhône) 지역의 뛰어난 빈티지

론 밸리에서는 북부와 남부 지역 간에 기후 차이가 존재하지만, 뛰어난 빈티지는 코트 로티(Côte-Rôtie)나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와 같은 서로 다른 아펠라시옹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900년~1945년 최고의 빈티지

론 지역은 부르고뉴나 보르도에 비해 과거 빈티지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해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1911년, 1929년
  • 1928년, 1933년, 1934년, 1945년

1945년 이후~현재

이 시기의 기록은 비교적 많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1960년대까지 코트 로티(Côte-Rôtie)와 같은 일부 지역은 거의 잊혀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지역들이 다시 부활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1947년부터 1950년까지 뛰어난 빈티지가 연속해서 등장했고, 이후 1961년과 특히 1978년은 세기의 빈티지로 손꼽힌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1988년, 1989년, 1990년이 뛰어난 평가를 받았으며, 특히 1990년은 1978년에 필적할 만큼 훌륭한 빈티지였다. 최근 빈티지 중에서는 2005년, 2010년, 2015년, 2019년이 미래의 전설적인 빈티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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