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아쉬운 가성비로 여러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언제나 존경받는 부르고뉴(Bourgogne)의 와인은 프랑스 와인 애호가들에게 피노 누아(Pinot Noir)의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 잡힌지 오래다. 쥐라(Jura)나 상세르(Sancerre)에서도 이 품종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알자스(Alsace)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백포도주 명성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이 지역에서 이제는 부르고뉴 와인과 견줄 만한 피노 누아가 등장하고 있다.
시나브로 찾아오는 르네상스?
알자스의 적포도주 역사는 깊다. 중세 시대 수도원과 교회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주도했으며, 14세기에는 피노 누아로 만든 적포도주가 이미 지역의 중심 와인이었다. 15~16세기 경제적 번영기에는 백포도주보다 높은 가치를 지녔지만, 18세기 이후 쇠퇴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피노 누아가 전체 포도원의 2%에 불과할 정도로 감소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생산성이 높은 백포도 품종이 주류가 되면서, 알자스의 피노 누아는 대개 연한 로제 와인에 머물렀다. 미숙한 포도로 빚어 쓴맛이 강했고, 위생 관리가 부족한 오래된 오크통에서 숙성되곤 했다. 이러한 와인은 빠르게 소비되었으며, 전통적인 알자스 요리와 곁들여 차갑게 마시는 용도로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개척자는 피노 누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품질 향상에 힘썼다. 르네 뮈레(René Muré)와 그의 아버지 오스카(Oscar Muré), 알베르 망(Albert Mann), 그리고 1967년부터 헝스트(Hengst)에서 포도를 재배한 바름스(Barmès) 가문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알자스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원산지 통제 명칭) 인정과 함께 피노 누아는 공식 품종으로 자리 잡으며 점차 부활했다.
토양과 기후의 변화
알자스 피노 누아의 르네상스는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이 지역의 새로운 세대의 와인 생산자들은 해외와 다른 프랑스 지역에서 최신 재배 및 양조 기술을 배워왔다. 이들은 수확량을 엄격히 조절하고, 포도 숙성도를 세밀하게 평가하며, 포도송이를 통째로 발효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또한, 오크통, 푸드르(Foudre), 항아리 등 다양한 숙성 용기를 활용하며 품질 향상을 도모했다.
기후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륙성 기후를 가진 알자스에서는 예전보다 포도가 더 잘 익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구조감 있는 피노 누아가 탄생할 수 있었다. 아울러, 지역 내 다양한 지질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피노 누아에 최적화된 테루아(terroir)에 포도를 심는 방식이 발전했다.
헝스트(Hengst), 키르슈베르그 드 바르(Kirchberg de Barr), 보르부르그(Vorbourg)
2019년 기준, 피노 누아는 알자스 포도원의 약 9%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와 리슬링(Riesling) 등 전통적인 품종이 점차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최근 3~4년 동안 피노 누아 재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랑 크뤼(Grand Cru)' 인정과 맞물려 있다. 2016년 승인 요청이 제출된 후, 2022년 5월 프랑스 국립 원산지·품질 연구소(INAO)는 헝스트와 키르슈베르그 드 바르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에 대해 그랑 크뤼 명칭을 부여했다. 이어서 2024년 7월부터 보르부르그에서도 그랑 크뤼 피노 누아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예정이다.
그랑 크뤼 피노 누아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헥타르당 최소 5,500그루의 포도를 심어야 하며, 수확량은 헥타르당 40헥토리터 이하로 제한된다. 또한, 시장 출시까지 최소 18개월간 숙성해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과 새로운 도전
소비자들에게 알자스 피노 누아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다음 과제다. 올해 처음으로 그랑 크뤼 피노 누아가 시장에 출시되었지만, 생산량이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개별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뛰어난 와인들이 점점 더 널리 유통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알자스 와인을 고를 때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병 모양이다. 알자스의 전통적인 가늘고 긴 '플루트(Flûte)' 병이 백포도주 전용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 저장고나 수납장에 보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부르고뉴 스타일의 넓은 병을 사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알자스 피노 누아는 경쟁력이 있다. 코트 도르(Côte-d'Or) 지역의 피노 누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일부 유명 와이너리는 60~80유로 이상의 가격을 책정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전반적으로, 알자스 피노 누아는 젊을 때 마시거나 숙성해도 좋은 훌륭한 와인이며, 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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